목욕이 싫어요!!!(증상,사례)

시내에서 20여분을 자동차를 달려서 OOO 어르신 댁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양 옆 들에는 곡식들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고...
산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가는 길을 축복하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고 있습니다.
열어놓은 차창 사이로 싱그러운 바람이 코끝을 스쳐 팔을 내놓으면...
가슴 깊이 호흡을 내쉬게 하며 지나갑니다.
마을과 조금 떨어져 전원주택에 살고 계신 OOO 어르신은 무척 행복하시겠다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너무나 평화로운 바깥 환경과는 반대로
어르신이 입에 담지 못 할 욕을 쏟아내시고 계셨습니다.
보호자의 이야기는 다른 때는 너무나 얌전한데...
목욕만 하자고 이야기를 꺼내면 그때부터 상황이 전쟁으로 바뀐답니다.
겉옷은 가까스로 벗겼는데 속옷은 양손으로 팔짱을 끼고...
어떻게든 지키려는 듯 꼭 움켜쥐고 계셨습니다.
마치 전쟁에서 마지막 고지를 사수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습니다.
보호자께 양해를 구하고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어르신과 대화를 나눈 후 10여분 쯤 지났을 무렵
어르신은 뜬금없이
"선생님! 나이가 90이 넘었으면 여자도 아닌가요? 나도 여자라고요!!!"
어르신 말씀의 의미를 알아채고는
"네. 어르신 너무나 고우신 왕비님이시죠"
칭찬하는 말씀을 드렸더니 금세 기분이 좋아지신 어르신은
밖에 나가 있는 보호자를 가리키며
" 내 자식이지만 내 마음을 너무 몰라 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르신은 갑자기 졸린다며 잠깐 자고 일어나서
목욕을 하시겠다고 약속하며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잠드신 것을 확인하고 거실로 나와 보호자와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치매 있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말씀하셔서...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몸이 더러워서 목욕을 해야 하는데 거부할 때는...
위생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깨끗한 것과 지저분한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져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치심 때문에 거부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의 경우는 나중의 경우이신 것 같으며...
속옷 정도는 욕실에서 혼자 벗으실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시면 좋으실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목욕을 거부하면 보호자도 화가 나시겠지만, 어르신의 진심이 아님을 이해하시고...
적절한 부드러운 말과 태도로 권하면서 스스로 목욕할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려 주셔야 하는 인내도 필요하시다고 하였습니다.
오후에 보호자께서 어르신께서 먼저 목욕을 하자고
제안하여 깨끗하게 씻겨 드릴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마무리 나이 많고 힘없고 병든 어르신이어도...
어르신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 우리들처럼 수치심도 느끼시지만, 표현을 잘하지 못 하실 뿐입니다.
어르신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합니다.